킬리만자로의 눈 - E.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 E.헤밍웨이
「나는 사실 그들의 동료가 아니고 그들 사회의 스파이라는 것, 그러기에 그 사회를 떠나 그것에 대하여 글을 써보리라. 그러니까 언제든 한번은 무엇을 쓸 것인가를 알고 있는 어느 작가에 의해서 쓰여지게 되는 것이리라,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쓰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안일(安逸)만을 추구하며 자기 스스로 멸시한 그러한 인간이 되어버린 매일의 생활이 그의 재능을 우둔하게 만들었고 일에 대한 의욕마저 약하게 했기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선수가 자기 육체의 지방(脂肪)을 없애기 위해 산중으로 들어가 노동하고 훈련하듯이 자기도 어느 정도 자기의 정신을 싸고 있는 지방을 벗겨버릴 수 있으리라」
「제 등뼈가 부러졌다고 해서 제 몸뚱이를 물어뜯는 뱀처럼 자기 자신에게 맞서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자기 재능을 망치고 만 것은 자기 재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믿는 바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지각(知覺)의 칼날을 무디게 할 정도로 너무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나태와 안일과 속물근성(俗物根性) 때문이고 교만과 편견과 그리고 그 밖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이건 뭐란 말이냐? 헌책 목록(目錄)인가? 도대체 그의 재능이란 어떤 것이냐? 그것은 틀림없는 하나의 재능이긴 했으나 그는 그것을 이용하는 대신에 그것을 밑천 삼아 팔았던 것이다. 그의 재능이란 실제로 이룩한 것이 아니고 언제나 하면 할 수 있다는 그런 식이었다.」
「바로 그때 자기는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생각은 갑자기 떠올랐다. 물흐름이나
바람 같은 그런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고 난데없이 고약한 냄새를 지닌 공허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하이에나가 그 공허의 한 끝을 따라 미끄러지듯 가볍게 스쳐갔던 것이다.」
「그는 너무 많이 사랑했고 너무 많이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을 닳아 해지게 만들었다.」
「이와 같이 귀에 들리지 않는 속삭임 속에서 사람은 죽어가는 것이다」
「그 광장의 주위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었다. 주정뱅이와 스포츠 애호가였다. 주정뱅이는 술에 취하여 자기의 가난을 잊었고 스포츠 애호가는 운동에 정신이 팔려 자기의 가난을 잊었던 것이다.」
「인간이란 단념만 하지 않으면 죽진 않는 법이라오」
「’다른 모든 것이 귀찮은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귀찮아지는구나,’」
「바야흐로 죽음은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는 형상도 없다. 다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죽음은 물러가지도 않고 조금씩 더욱 다가왔다.」